힙합이라고 하면 음악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 말하면 힙합은 장르가 아니라고 한다. 평소에 우리가 듣는 랩 뮤직은 힙합 음악의 한 종류이고, 힙합은 하나의 거대한 서브컬쳐에 가깝다. 주로 힙합을 '브레이크댄스', '그래피티', '턴테이블리즘', '랩핑'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보다 정확히, '랩뮤직'에 대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위 비디오는 DJ Premier가 프로듀싱하고 Rakim이 랩을 한 'When I B On The Mic'라는 노래다. 이 노래처럼 랩 뮤직이라는 장르는 비트 위에다 시처럼 운율이 있는 말들을 내뱉는 걸 말한다. 보통 비트는 과거의 훵크나 소울 같은 흑인 음악에서 일부를 가져와서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식으로 만드는데, 주로 드럼과 베이스 소리의 비중이 높다. 요즘에는 흑인 음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음원 샘플을 가져와 재해석하는데, 이런 걸 '샘플링'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위 곡은 The Artistics의 'What The World Needs Now Is Love' 이라는 곡에서 반주를 샘플링 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곡에서 악기와 반주들을 짜집기해서 반복되는 루프를 만들고, 이걸로 곡 전체를 만든 다음 그 위에다 랩을 얹는 식이다.

'랩'이라는 단어는 뮤직맵인포 사이트에 따르면 '단어의 흐름'을 부르는 힙합 용어라고 한다. 랩은 시처럼 운율이 있고 약간의 멜로디와 강약이 있는 말에 가까운 내뱉음이다. 초기엔 멜로디보다는 타악기에 가까운 랩핑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싱잉랩이라고 해서 멜로디가 강한 랩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비트 위에서 운율을 맞추어 뱉는 말들이기 때문에 리듬감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내가 랩 뮤직을 좋아하는 이유는 랩 뮤직의 기원과도 관련이 있다. 랩 뮤직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가난한 미국 흑인들이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랩의 가사에는 가난이나 마약, 갱, 폭력 같은 사회적인 문제와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뇌가 담겨있다. 나에게 있어서 랩 뮤직이 가장 가슴에 와닿은 것은 이센스의 음악을 듣고 부터이다.

이센스는 사이먼 도미닉과 함께 '슈프림팀' 활동을 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는데, 흥겹고 가벼운 대중적인 힙합 이전에 개인적인 작업물들을 묶어서 믹스테잎 형태로 발표했었다. 위 노래는 이센스가 2008년에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한 믹스테잎 'Blanky Munn's Unknown Verses' 에 수록된 'When I B On The Mic'라는 곡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앞서 소개한 라킴의 동명의 곡을 샘플링한 곡이다. 같은 비트 위에다가 이센스의 랩을 얹은 것이다. 이 가감없이 내뱉는 날선 가사 속에 당시 이센스의 마음 가짐이 잘 드러나있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 언더와 오버 사이를 넘나들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의 랩퍼가 쓸 수 있는 가사랄까. 그래서인지 넘치는 자신감과 보상은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원망 같은게 잘 드러나있다. 이 노래처럼 랩 뮤직에는 랩퍼 본인의 인생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속에는 개인사도 있고, 현실에 대한 비판도 담겨있는 것이다.

쇼미더머니8에 나와 멋진 싱잉랩을 선보였던 서동현의 '문제'라는 곡이다. 서동현은 현재 한국 나이로 18살, 고등학교 2학년인데, 이 노래는 음악을하는 고등학생 서동현만이 쓸 수 있는 가사가 담겨져 있다. "전부 문제 같아 / 정답을 알아도 / 풀 수 없는 문제 같아", "여긴 문제가 많아 / 정답을 알아도 / 아직 숙제가 많아 / 정답을 알려줘" 하루 12시간씩 학교에 갇혀서 대입을 준비해야하는 고등학생인 친구들 틈에서 서동현은 힙합을 한다. 갓길로 샜기 때문에 느끼는 약간의 죄의식과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자신과 달리 삶을 위해선 대입에 목매야만 친구들에 대한 걱정과 기도 같은게 가사에 모두 담겨있다. 서동현의 상황과 한국의 현실을 안다면 훨씬 더 가슴에 와닿는 가사들이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도 수면 위로 못 뜨고 있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하나 소개하고 마치고 싶다.

뱃사공의 '뱃노래'라는 노래다. 당시 뱃사공은 유튜브 영상 등으로 많이 알려진 지금만큼 그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투잡 알바를 하면서 작은 방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앨범 작업을 하던 랩퍼였다. 그 시절의 새벽, 퇴근하고 작업하며 캔 커피를 마시는 아티스트의 생활과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마치 작업실의 퀘퀘한 공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가사를 봐도 칼 들고 돈 뺏으려 드는 젊은 이센스와 달리 뱃사공의 가사에선 여유가 느껴진다. "자아가 드디어 정착했어 / 갖췄지 돈만 빼고 / 그게 제일 중요하면 / 그 문제를 담은 시험지에 / 코만 풀어 나는" 그래서인가, 뱃사공의 노래는 구제 옷처럼 원래 입던 것같은 편안함이 있다. 나는 랩 뮤직에 담긴 이야기와 이런 솔직함이 좋다. 한 사람의 삶이 담긴 가사와 내 삶을 겹쳐 볼 때 얻는 울림이 있다.

(과제로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