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달리기를 하다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선수처럼 딱 붙는 옷에 쌩쌩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순간 아찔하기도. 이렇게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날씨에 따릉이(서울시 공공 자전거)를 타고 느긋하게 봄날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어르신들은 투박한 쌀집 자전거를 타고 와서 장기를 두거나 막걸리를 홀짝거린다. 꼭 공원이 아니더라도 자전거는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평소에 학교를 갈 때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이나, 자전거를 타고 장 보러가는 어른들처럼 말이다. 이렇게 자전거는 생활과 여가 사이에 있다. 스케이트보드도 물론 평소에 타고 다닐 수야 있지만 자전거만큼 제 할 일을 다 해내지는 못한다. 자전거는 일상으로도 운동으로도 탈 수 있으니 멋지지 않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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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장강명 작가는 자전거가 중심인 도시를 이야기한다.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도시는 기계 같다. 기능에 따라서 지역이 분리되고 평일과 주말의 역할을 분담한다. 하지만 만약 자전거가 중심이 된다면? 이동 거리도 줄고 이동 속도가 느려진 만큼 생활 반경을 중심으로 도시가 유기적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책이 중심인 사회를 이야기한다. 단편적인 정보들이 넘치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사회에선 깊이 있는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기 힘들다. 반면에 책이라는 매체가 중심이 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생각의 깊이와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자전거처럼 책은 느리지만, 좀 더 인간의 노력이 드는 매체니까 말이다.

생각해보면 글쓰기는 자전거 타기와 참 닮았다. 굳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글을 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기도 하고, 문자 메시지로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지 않나. 글쓰기도 자전거 타기처럼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마음먹으면 한없이 대단한 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독립 출판물도 늘고 출판을 돕는 플랫폼도 많아졌다. 인터넷에 평범한 사람이 쓴 글이 교보문고에서 책으로 놓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불필요하게 책을 찍어낸다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는 오히려 이렇게 누구나 책을 써서,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회를 꿈꾼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맞닿을 때, 삶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야는 더 넓어진다.

이 책은 매일 글을 쓰지만 생활이 아닌 전문의 영역에서 글을 쓰고자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마치 동네 호프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선배처럼 작가로 사는 장강명씨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갈래의 글쓰기에 대해서 다룬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지나치게 실용적인 작법이나 이론을 다루진 않는다. 예를 들면 소설을 취재하는 요령과 마음가짐, 개요를 쓰냐 마냐처럼 초보자의 막막함을 해소해주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직업으로써 글을 쓰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재미있다. 작가가 되려면 욕을 먹고 (피드백을 받고) 그걸 글로 소화해내고 (퇴고하고) 다시 욕을 먹는다(독자의 반응). 이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일러주는 대목을 소개한다.

편집자든 배우자든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았을 때는 차라리 받아들이지 않을지언정 절대 반박하지 말라. 물론 그러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칭찬이 아닌 모든 언급이 공격으로 들리고, 상대의 독해력이 한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기성 작가 중에도 편집자와 감정싸움을 벌이는 사람이 은근히 있고, 나 역시 초짜 시절엔 그랬다. 지금도 원고의 흠결을 지적해주는 아내 앞에서 자주 얼굴이 굳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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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상대를 반박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글로 써서 원고를 보완하자. 특히 어느 대목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그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글로 피드백을 받아 본 적 있다면 꽤 공감할 내용이다. 글을 쓰다 보면 지나치게 나를 글에다 투영한다. 그래서 글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마치 나에 대한 지적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주는 피드백 감사히 받고 욕을 먹더라도 확실히 먹는 편이 낫다는 조언. 결국엔 고치는 건 글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시간 내서 글을 읽고 피드백을 준다는 일 자체가 굉장히 수고스럽고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이 책을 집어 든 사람은 이미 글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일거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책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봤을 수도 있다. 장강명 작가의 자상한 조언을 듣다 보면 어느샌가 책을 쓴다는 게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냥 좀 더 진지한 마음으로, 경쾌하게 페달을 밟고 따라나서자. 자전거 좀 타는 동네 형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