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정규 1집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를 듣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정규 앨범 한 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Is This Love'라는 곡을 들으며 도마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앨범 없이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어서 뭐라도 보면서 듣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적였다. 단편선씨가 쓴 앨범 소개글도 보이고 인터뷰도 있길래 이것저것 읽어 본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조용하길래 알고 보니 스포티파이가 먹통이 됐다. 새로 고침을 몇 번씩 해봐도 그대로길래 포기하고 스마트폰으로 듣기로 했다.

도마의 가사는 사랑스러운 속삭임 같지만,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있다. 멜로디만 듣는다면 그냥 슬픈 노래겠거니 하고 넘겨버릴지도 모른다. 가사에 귀를 기울이면 꽤 밝은 내용에 놀란다. '너무 좋아'라는 곡은 다운 템포의 소녀가 조심스럽게 내비치는 사랑 고백 같았다. 강아지보단 고양이 같고 고양이보단 바람에 날리는 느티나무 같다.

기타리스트인 거누씨의 연주가 되게 담담하다고 느꼈는데 인터뷰를 보니까 원래 그랬던 건 아니란다. 도마의 색에 맞춰서 도마가 바라는 대로 연주했다고. 조심스럽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연주하는 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소녀와 화분'이라는 노래는 예전에 온스테이지 영상부터 봐서 그런지 그때 본 이미지가 자꾸 떠올랐다. 그나마 몸을 흔들면서 들을 만한 노래인 것 같다. 근데 이 노래도 가사를 듣다 보면, 어느 날씨 좋은 봄날에 불 꺼진 방에서 초저녁에 느끼는 무기력함 같은 게 있다. 마지막에 베이스와 함께 읊조리는 부분은 다짐 같기도 하고 기도 같기도 해서 가슴이 아프다.

무심결에 들을 땐 몰랐는데. 기타나 베이스 말고도. 무슨 악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름 모르는 향신료같이 뿌려져 있는 악기들이 있었다. 딱히 뭔가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소리에 리버브나 에코 같은 게 많이 들어가 있어서 곡마다 차이는 있지만, 바닷가, 바닷가보다는 얕은 바닷가 물속 같은 느낌이 있다. 물론 해수욕장은 아니고. 사람 없는 바닷가. 그래서 앨범 제목을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로 한 걸까?

포크는 듣다 보면 가끔 이렇게 누가 옆에서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마다 가끔 놀란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뭘 보며 불렀을까. 어느 동네 지하 녹음실에서. 어떤 날씨에 녹음했을까, 문득 그런 게 궁금해지기도 한다.

'코스트코 데킬라'라는 노래는 아무 생각 없이 들었을 땐, (그러니까 뭐 집안일하거나 뭐 그럴 때) 뭐야 하고 다음 곡으로 넘겼을 곡이다. 이렇게 조금 술 기운에 (죄송) 조용히 앉아 듣다보니 어떤 감정선에서 쓴 노랜가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착각인가. "누구나 말 못하는 밤은 있지만 ······ 있지도 않은 말은 하지도 마 ······ 오늘을 노래로 만들 거야"

마지막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나서야 어떤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섬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가 아닐까?

(수업 과제로 쓴 글)